소설

008. 혼자 커서 뭐 하겠어!_8

고픈아찌 2023. 6. 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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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뇨. 외숙부는 이를테면 홍보 담당인거죠. 아무래도 우리는 고립되어 있다 보니, 다른 영지와도 대면대면 하잖아요. 10년 전 이후론 거의 완전히 단절 되었고, 그러니 외숙부가 나서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선물도 하고 맛도 보여주면서 홍보를 해주셔야죠. 그 대가로 제 1 거래처를 제안 하는 거예요.”
“음.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거라면 받을 수 있지.”

제니퍼의 말에 자작은 미안함 감정이 조금 옅어지고,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제법 사교성이 좋은 터라, 왕국 내 여러 귀족들과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제안을 고맙게 받도록 하마. 대신 홍보는 걱정 말거라. 이래보여도 왕국은 물론 연합국 내에도 아는 이가 적지 않으니까. 하하하. 다른 것은 몰라도 다들 이 와인을 한 번 마시면 꼭 와보려고 할 테야.”
“네. 잘 부탁드려요 외숙부! 히힛. 참. 그리고 와인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한정 판매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원료인 ‘포레도 나무’가 인위적으론 재배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오직 ‘모아 산’에서만 자생 하는 터라...”
“허허. 그렇다면 가치를 더 높여야지. 암. 수량을 한정하면 그 이름값이 더 높아질 테지. 하하하. 제니야. ‘모아 와인’을 최고의 와인으로 만들어 보자꾸나. 하하하하”

제니퍼와의 이야기를 통해 ‘모아 와인’의 가치를 올릴 방도가 생각난 자작은 큰 웃음소리를 냈다. 좋아하는 그를 보며 다들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고, 남은 술을 털어 놓은 후 자세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 =



“흐읍. 하아. 공기 조오타~”

응접실을 빠져나온 제니퍼와 파이는 저택 한 쪽에 마련된 정원을 걷고 있었다. 둘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그 향에 취하는 것 같아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산책을 하는 중이었다.

“이야. 제니 아가씨. 언제 그렇게 준비 했어요? 얘기만 들어도 ‘과일 주’와 ‘모아 와인’의 가격이 쑥쑥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응? 뭘 준비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한 것뿐인데?”
“네?”

파이는 미리 준비한 말을 한줄 알았는데, 즉석에서 생각해냈다는 그녀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그냥 거래처 받으시면 되지, 뭘 그리 미안해하시면서 안 받으려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그냥 둘러대다 보니 그럴듯하더라고. 키키.”
“헐...”

제니퍼는 자신이 생각해도 둘러댄 말이 딱딱 들어맞아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을 자작에게 얘기했다는 것이었다. 파이는 ‘아가씨는 천재인가!’ 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고서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제니퍼를 바라봤다.



= = =



“흐음. 여기도 참 작은 영지네. 그치 까치야.”

-까각. 깍

자작이 점심 식사를 하자는 말에 질겁한 파이와 로드리고는 다른 볼일이 있다는 핑계로 저택을 빠져나와 ‘말톤 성’ 내성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따. 진짜 작네. 이건 성벽만 없으면 그냥 큰 마을 수준이잖아. 놀데가 있을라나...”
“얌마. 뼈 삭는다. 작작 해라.”
“뭔 소리여! 너 만나고 한 번도 못 했는디! 누굴 성직자로 만들 셈이여? 그러지 말고 좀 찾아봐. 이따 저녁에 가게.”

화끈하고 거친 사막 사나이답게 성욕도 활발한 로드리고는 한 동안 쌓인 몸을 풀지 못해 안달이 났다. ‘알펜 성’은 워낙 궁벽한 곳이라 ‘사창가’ 자체가 존재 하지 않았기에, 풀지 못하고 있어서 나온 김에 찾아보려고 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장이 서긴 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보이는 물품도 별로 없었었다. 그나마 음식점 두 곳이 있어서 맥주라도 마시자고 그리 들어갔다.

“이보오. 여기 맥주 큰 거로 두 잔!”
“어라? 외지 분이시네? 용병이신가? 이 추운 날에 맨살을 드러내고.. 하이고 건강도 하셔라~”
“흥! 이까짓 추위는 ‘사막의 사나이’인 나를 힘들게 하지 못 한다오! 안주도 주시오”

안에 들어가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둘을 맞았다. 점심시간인데도 식사를 하는 사람이 몇 보이지 않았다.

“여깄어요. 안주는 써. 비. 스~♡”
“흐.흠흠. 거 눈깜빡이는 거 하고는.”

처음 들어오고 나서부터 로드리고를 향해 아양을 떠는 여주인의 모습에 로드리고가 짐짓 강한 척을 했다.

‘하아. 이 자식. 오늘은 여기서 자고 오겠구만.’ 

파이는 둘이 하는 짓을 보니, 오늘 저녁에 한 침대에 둘이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로드리고의 입가가 계속 씰룩이는 것이 벌써 저녁을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흐흐흐. 아따. 오늘 밤에는 회포 좀 풀겠고 만. 야. 파이. 근데 넌 아무렇지도 않냐? 혹시 나 몰래 누구 만나냐? 아가씨는 아닌 것 같고...”
“야. 난 지금 몸 회복하기도 바쁘다. 내 아까운 정기(精氣)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아 맞다. 너 아프다고 했지. 흘흘흘. 약골 새끼.”
“그러다 한 대 맞으면 안 아프겠냐?”
“아파도 기분은 좋겠.... 쿠엑!”

-우당탕

신나게 파이를 향해 이죽거리던 로드리고가 기어코 정강이를 한 대 얻어맞고 뒤로 넘어졌다.

“아오.. 씨.. 근다고 진짜 때리냐!”
“확 마. 조용히 맥주나 마셔라~”
“넵.”

잠시 헤프닝이 있었지만, 둘은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맥주를 마셨다.

“호호호. 이 것두 먹어봐요. 귀한 건데 딱 둘에게만 주는 거예요! 찡긋”
“아. 감사합니다.”
“흠흠. 찡긋. 흐흐흐”

조금 뒤에 여주인이 작은 접시에 하얀 빵조각 같은 것을 가져왔다. 그녀는 접시를 내려놓으며 로드리고를 향해 윙크를 하며 신호를 주자, 로드리고가 같이 윙크를 해주고선,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오늘 밤을 같이 보내자는 신호가 오간 것이었다.

“뭐지? 음... 어? 치즈인가? 좀 말랑말랑한데. 흐음.. 향이 엄청 고소하네.. 어디.. 음! 으음!”

여주인이 내온 것은 치즈였는데, 일반적인 노랗고 곰팡내가 나며 단단한 치즈가 아닌 하얀색의 부들부들한 치즈였다. 코를 가까이 대지 않았음에도 매우 고사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 났고, 입에 넣자 치즈의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지며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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