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010. 가는 날이 장날이네._30

고픈아찌 2023. 7. 1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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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흡! 와! 생전 처음 맡아보는 냄새야! 그런데 침이 막 고이는데?”
“오~ 정말이야. 얼른 가자!”
“같이 가 이 녀석들아!”

한참 ‘크라켄’ 요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섬으로 ‘트리톤 족’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을과 이웃한 마을까지 들러 ‘크라켄’을 맛보러 오라고 전달은 한 것이었다. 현재 있는 섬의 크기가 상당히 크기도 했고, ‘트리톤 족’ 자체가 수가 적은 편이라, 할 일이 있어 오지 못한 이들을 제외하고 약 1500여 명의 ‘트리톤 족’이 모였다. 그리고 성인이 되지 못한 21~49세의 어린(?) ‘트리톤 족’ 아이들도 인근 바다로 몰려들고 있었다. 

각 섬의 거리가 꽤 멀었지만, ‘바다의 종족’답게 물속에서 그 속도가 새가 나는 것과 같은 그들이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와!! 야! 저거 봐! 괴물이다!!”
“어~엄청 커! 저걸 잡은 거야? 그 공을 준 아저씨가?”
“그런가봐! 와! 근데 어른들 뭔가 맛있는 걸 먹나봐 히잉..”
“얼른 커서 나도 먹고 싶당. 쩝...”

물가에 모여든 꼬마 ‘트리톤 족’들이 ‘크라켄’을 보고서 놀라며 지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일부는 뭍에서 날아오는 맛있는 냄새에 침을 삼키며 아쉬워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조리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자! 너희들 꺼!”

“어! 와! 다리다! 와~ 나보다 두꺼워!”
“흠흠. 왠지 맛있을 것 같아! 와작.. 우물우물.. 오오오! 마이떠!(맛있어!)”
“진짜? 나도나도! 아그작. 쩝쩝. 오옷!”

꼬마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파이가 씻어 놓은 오징어 다리를 조금 잘라와 아이들이 있는 바다를 향해 던져줬다. 그러자, 자신들의 몸통보다 더 커다란 ‘크라켄’의 다리에 모여들어 마치 내장에 몰려든 해양생물들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꼬마들은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에 연신 입을 움직여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래도 워낙 커다래 거의 100명이 넘는 꼬마들이 먹어대고 있었지만, 다리 하나도 다 먹지 못하고 있었다.

“자! 요리도 준비 되었고, 축제를 즐깁시다. 그럼 먼저,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준 우리의 ‘친구’인 인간족 파이의 이야기를 들어 봅시다!”

-와!! 인간 멋지다! 휘이익! 오늘 끝내 줬어!

분위기 메이커로 보이는 ‘머맨’ 하나가 사람들이 모인 중앙으로 나와 파이를 소개 했고, 요리를 하던 파이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랐다가, 주변의 재촉에 의해 가운데로 나갔다. 그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렸고, 특히나 오늘 같이 ‘크라켄’을 잡은 ‘머맨’들이 격하게 환호를 해줬다.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덕분에 오랜 만에 ‘크라켄’을 먹어 보네요! 다들 맛있게 드세요! 대신 한 가지 꼭! 약속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 약속? 뭐지? 웅성웅성

파이가 맛있게 먹으라면서 한 가지 약속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다들 궁금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파이는 잠시 그 웅성거림을 즐기다가 입을 열었다.

“너무 맛있다고 다들 ‘크라켄’ 잡으러 떠나시면 안 됩니다! 하핫! 저도 한 번 낭패를 본적이 있거든요!”
“에에엑? 크하하하!”
“뭐야 그게! 하하하”
“호호호. 저 인간 재미있네!”


파이의 말에 한 바탕 웃음바다가 펼쳐졌고, 그들만의 작은 축제가 벌어졌다. 솥에서 ‘크라켄’ 내장과 갖가지 해산물을 넣고 끓인 스프가 나눠지고, 다시 물을 끓여 ‘크라켄’ 살을 삶아 먹었다.

“오오! 맛있어. 이 쫄깃함이라니!”
“오징어 맛이 아닌데? 아니, 약간 비슷하지만, 훨씬 환상적이야!”
“이거다! 내 인생 요리가 이거야!”
“헐.. 저 인간이 한 말 귀담아 들어야겠어. 이러다가 나도 잡으러 가자고 할 것만 같아...”

‘트리톤 족’들이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파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를 했다. 냄새로 인해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의 몇 배 이상 뛰어난 맛을 자랑하고 있었다. 만약 잡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당장 잡으러 가자고 할지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흐음.. 좋다~ 크으.. 살짝 아쉬운 것도 있지만, 몇 년 만에 먹는 ‘크라켄’이니 만족 해야지. 흐흐. 영주성에도 싸가서 아가씨랑 영주님 드려야지. 아! 까치랑 두부도 먹여야겠네.”
“호호. 그래요. ‘마법 배낭’이 있으니 많이 싸가세요. 그래도 남을 것 같으니...”

파이는 로드리고가 들으면 섭섭할 말을 하고선 열심히 음식을 먹었고, 로세이아도 그 옆에서 다리를 맛있게 뜯었다.

다들 배부르게 먹고도 요리가 남아 각자의 마을로 싸가고, 건조시킨 것들은 파이가 ‘마법 배낭’에 일부를 챙기고, 각 마을로 부위를 나눠서 가져가기로 했다. 

각자의 마을로 돌아간 이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트리톤 족’이 모이는 일은 몇 십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했기에 다들 밤늦도록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그러는 사이에 몇몇 ‘트리톤 족’이 눈이 맞아 신혼을 차리면서 개체수(?)를 늘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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