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먹었길래 쟤가 저래? 나랑 떨어진지 겨우 일주일도 안 된 것 같은데...”
파이가 로세이아와 함께 ‘바할 군도’에 다녀왔을 때,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커다란 새에 깜짝 놀라 공격을 하려다가, 녀석이 ‘까치’인 것을 확인하곤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몸통이 겨우 30cm가 될까 말까 하던 녀석의 크기가 그 두 배가 되고, 날개를 비롯한 전체적인 외형이 두 배로 커진 것이었다. 거기다 희고 검은 깃털이 윤이 나고, 부리와 발톱이 길어지며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부리로 이어진 얼굴 부분부터 꼬리 끝까지 새끼손가락 굵기의 붉은 색 선이 자리해 이제는 ‘까치’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날갯짓도 제법 멋들어지게 하고서 나는 녀석을 바라보다 두부를 다시 바라봤다.
“딱 너 뿐인데 말이지...”
‘까치’에게 변한 것은 그저 옆에 항상 ‘두부’가 따라다닌 다는 것이었다. 녀석이 뭔가 한 것이 틀림없었다.
“뭐, 더 건강해지고, 힘도 좋아 진 것 같으니... 나중에 나도 좀 부..”
-후드득
“야! 어디 가? 씨이. 그런 것까지 까치 따라할래?”
파이의 아쉬워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 가버린 두부를 향해 파이가 삿대질을 하다가 주변에서 이상한 눈초리로 보자, 다른 손으로 슬그머니 삿대질한 손을 잡아 내리고는 정면만 보면서 걸어 나갔다.
“여~ 파이!”
“아! 도미닉. 오늘 당번인가 보네?”
“어. 요즘 사람이 많으니까, 자주 서야 해.”
내성을 나서는 파이에게 기사 한 명이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알펜 성’에 왔을 때 처음 만난 기사 도미닉이었다. 같은 나인데다, 가끔 술도 한 잔씩 하는 터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마침 잘 왔네. 저 쪽에서 방명록 쓰는 용병들이 널 찾던데?”
“나를? 음... 처음 보는데.. 누구지?”
“B급 용병단 이라던데 몰라? 너를 꼭 만나고 싶어 하던데.”
“어. 알았어. 물어보면 되겠지. 수고해.”
자신을 찾는 용병들이 있다는 소리에 한 쪽을 바라봤고, 외부인이 내성에 들어갈 때 작성해야하는 방명록을 한 자 한 자 조심히 적고 있는 용병 몇이 보였다. 문맹률이 매우 높은 시대였기에, 글을 잘 쓰는 이가 없는 듯 보였다.
“이름, 엘, 직업은 용...병. 그리고 방문...목적..은? 음.. 야 뭐라고 적지?”
“어.. ‘바포메트 간’ 구하러? 이건 좀 그런가..”
“바보 자식. 단장님을 해독하기 위해. 라고 적어.”
“오! 그거 좋네. 근데 어떻게 적냐?”
“몰라. 난 글 안 배웠어!”
그들은 중독된 단장을 위해 ‘바포메트 간’을 구하러온 ‘골든 그리핀’의 단원들이었다.
“이보쇼 형씨들~”
“... 해..해.. 해는 어떻게 쓰지? 아씨 알았었는데...음?”
열심히 머릴 굴려가며 글을 적어가던 용병이 자신이 쓰고 있는 방명록에 그림자가 지자, 그제야 누가 온 것을 깨닫고는 고갤 올려다봤다.
“안녕하쇼.”
“아, 안녕하쇼. 근데 무슨? 아! 미안하요. 글 쓰는 게 조금 느려서, 조금만 기다려 주쇼. 빨리 쓸 텡게.”
용병은 자신의 다음 차례 방문자인 줄 알고는 당황하며 빠르게 글을 적으려고 펜을 잡았다.
“아니, 그게 아니고. 형씨들이 나를 찾았다고 해서 그러오.”
“에? 우리가 댁을 왜..?”
“부대장 바보요? 이 사람이 그 ‘파이’라는 용병인가 본데?”
“맞소. 내가 파이요.”
“오! 이런 행운이! 하하하. 반갑소. 반가워.”
그들이 찾는 사람이 바로 나타나자, 방명록에서 한참을 헤매고 있던 그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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