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와이번 가죽’을 사러 왔던..어? 와, 왕자님이시잖아요!”
“네, 보르오 반 우드람입니다. 아, 이제는 그냥 보르오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왕자의 자릴 내려놓고 온 참이라 서요.”
“네에? 와, 왕자 자리를 내놓고 왔다고요?”
“네. 뭐, 이제 같은 영지 식구니 말씀드리자면...”
제니퍼는 그녀 앞에 있는 용병이 ‘우드람 왕국’의 제 5왕자라는 것에 놀라고, 그가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영지에 왔다는 것에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안이 벙벙한 그녀에게 보르오는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설명을 했고, 그의 이야기를 듣던 제니퍼가 나중엔 고갤 끄덕였다.
“음.. 어쩌면 왕자의 자리를 버리신 것은 좋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분란의 씨앗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기에 ‘라엘 왕국’에 망명을 신청했죠. 그나마 가본 곳이 이 곳 뿐이기도 했고, 이왕이면 조용한 곳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하핫.”
“흠. 태생이 그러신데 어떻게 평범하게 살겠어요. 그럼 단원이라고 한 사람들도?”
“네. 바보같이 모든 걸 버리고 이 사람 하나만 보고 따라온 제 신하들입니다. 아, 물론 이제는 가족처럼 지내는 중이고요. 격을 없애느라 노력 하는 중이죠. 하하.”
다른 왕족이나 귀족이 들으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일을 한 보르오 왕자였지만, 이곳 ‘알펜 가’의 여식인 제니퍼는 그의 말과 행동에 동감을 표했다. 굳이 힘들게 정치싸움을 하고, 인생이 묶여 사는 것보단, 짧은 시간 어렵게 살아도 자유롭게 사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니퍼였다.
“그럼 정말 계속 우리 영지에 계실 건가요?”
“네. 이주 신청도 완료했고, 세금도 제대로 내고 있으니, 이미 영지민입니다. 하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 말로. 용병이시라니까, 다음에 파이가 오면 다시 인사하죠. 일단은 영지에 적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친구들도 많이 만드시고.”
“예. 노력 중입니다. 다들 발 벗고 도와 줘서 적응도 빠르고요. 저도 나름 우드람에서 많은 영지를 두루두루 살펴봤지만, 여기처럼 영지민의 얼굴이 밝아 보이는 곳은 보지 못 했습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더군요.”
“에.. 뭐.. 같이 이끄는 자의 책임이니까요.”
제법 진중해 보이는 ‘우드람 왕국’의 5왕자에게 영지를 잘 가꾸고 있다는 칭찬을 듣자, 그녀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악수를 한 후 헤어졌다.
“음.. 얼굴과 달리 손이 거칠던데... 역시 소문처럼 이런저런 일에 다 손대나 보네. 멋져.”
저택을 나서고 자신을 기다리는 단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면서 보르오는 악수를 하며 느껴졌던 제니퍼의 손을 떠올렸다. 매끈해 보이던 손등과 달리 손바닥은 조금 거친 편이었다. 검을 잡았던 흔적도 보이고, 그 외에도 서류를 작성하느라 생긴 물집, 이러저런 잡다한 일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생긴 굳은살 등이 느껴졌다.
연약한 여성의 몸임에도 영지민을 위해 제몸을 아끼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리며, 보르오는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다녀오셨습니까. 대장님.”
“음. 잘 다녀왔어. 밥은?”
“아직입니다. 같이 드셔야죠.”
“하하. 그래. 이젠 식구(食口)니 같이 먹으면 더 좋지.”
그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굶고 있던 것 알자, 그는 얼른 단원들과 함께 식사를 시키고 이전과 달리 상당히 편해진 말투와 분위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 =
“... 흠흠. 굳이 안 해도 괜찮아 로세이아. 그냥 둬도 회복할 수 있으니까. 전에 보여준 가면을 좀 더 자주 쓰고 있으면 돼.”
“아, 아니에요! 저, 저도 도움이 되고 싶은 걸요. 파이야 말로..”
“에이. 남자 중 누가 그런 걸 싫어하겠어. 하하....하.”
파이의 금이 간 그릇을 회복할 수 있다는 약으로 받은 ‘리토르 진주’를 든 로세이아는 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고갤 푹 숙인 채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둘은 인적이 드문 섬의 북쪽에 와 있었고, 나란히 바다를 보고 바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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