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궁속으로_ 0007

고픈아찌 2023. 9. 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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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카드를 받거라. 네 이름으로 계좌 만들어 놨으니, 여비가 모자르면 골드상단에 들러 찾아 쓰면 될게다. 많지는 않으니 아껴써야 한다. 하멜.”

“아! 감사해요. 큰어머니 아껴서 사용할게요...”

 

큰어머니인 에이미가 빠른 걸음으로 나타나 하멜에게 은색 카드를 건넸다.

 

골드 상단에서 사용하는 카드로 돈을 넣고 빼고 할 수 있게 해주는 용도였다. 이자는커녕 월 단위로 적은 수수료가 발생하며 개설 시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카드였다.

 

“아! 감사해요. 큰어머니 아껴서 사용할게요...”

 

카드를 받으며 하멜은 두 어머니가 같은 얘기를 반복하며 기다리던 것이 이 것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려 고개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했다.

 

짧은 시간 내에 마음을 추스린 뒤 고개를 들자 세 어머니들 우측 뒤 2층 창가에 검은 실루엣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잘 다녀올게요. 꼭 돌아올게요!’

 

2층 창가 쪽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깊이 숙여 인사한 하멜은 세 어머니를 뒤로 한 채 연무장을 지나 내성문으로 향했다. 높진 않지만 견고하게 지어진 내성문 옆으로 병사 4명과 글렘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하멜도련님.”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빨리라뇨~”

“반나절은 잔소리할 분위기셨는데 말이죠.”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며 농담을 던지는 글렘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린 하멜은 그의 주변을 둘러 봤다. 병사들 외에 자신과 함께 가기로 한 수행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수행원은? 글렘경. 저랑 떠나기로 한 수행원은 어딨나요? 오~ 혹시 맘을 바꿔서 안 간다고 하던가요? 흐흐”

“그 기댈 무너뜨려 죄송하지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같이 가실 상단 사람과 이야기 중입니다. 같이 가시죠.”

 

혹시나 혼자 떠날 수 있을까 잠시 기대했던 하멜은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선 글렘을 따라 나섰다.

 

병사 둘이 내성문을 열어줬고 밖에 십여 명의 사람과 두 대의 마차가 보였다. 남작의 배려로 먼 길을 떠나는 하멜을 위해 근처로 이동하는 상단을 알아보고 얼마간의 돈을 지불하고선 그 행렬에 낄 수 있었다.

 

“하멜 도련님. 어서오세요! 하하”

“어! 이안? 이안이 왜 여... 설마 네가 가는 거야?”

“하하하. 그럼 절 놓고 가시려고 했습니까? 바늘 가는데 실, 아니 이 골무가 빠질 수야 있나요~ 자 어서 가시죠!”

 

수행원을 보고선 깜작 놀란 하멜은 이안에게 팔을 당겨지며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이안과 옆에 있는 글렘을 바라보았다.

 

하멜의 팔을 잡아끌며 상단 쪽으로 이동하는 이안은 하인이 아니었다.

 

이안 바르사. 하멜의 재능이 눈에 띄기 전 먼저 황도 기사아카데미에 갈수 있다고 확실시되던 수련기사가 그였다.

 

그리고 영지 수석기사인 글렘의 성이 바르사였다. 이안은 글렘의 첫째 아들 이였다.

 

 

“아버지! 도련님은 제가 잘 감시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럼 갑니다~”

“도련님. 잘 모셔라!”

“그럼요~ 저는 굶고 아파도 도련님은 배가 빵빵하게 할게요~ 그럼 빠잇빠잇!”

“어, 어어어!! 야!”

 

 

기사를 하려던 자의 품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이안은 글렘과 가볍게 인사하고선 하멜을 이끌고 상단으로 사라졌다.

 

그런 둘의 모습을 서서 바라보던 글렘은 머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것을 짧게 기도한 뒤 내성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십니까. 하멜 도련님. 이 작은 상단을 이끌고 있는 톨란입니다.”

“안녕하세요. 톨란 상단주님.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도 잘 부탁드려요. 상단주님. 저 잡일 잘하니까 필요하면 부르세요!”

 

 

40대쯤으로 보이는 톨란 상단주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며 하멜과 이안을 맞았다.

 

하멜도 같이 인사했고, 이안은 방정맞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둘은 상단 행렬에 끼어들어 주변 사람들과 통성명을 한 뒤 마차에 올랐다.

 

두 대의 마차는 한 대는 상단 짐을 싫은 바퀴가 6개 달린 큰 마차였고, 한 대는 약 10명 정도가 넉넉하게 탈수 있는 4륜 마차였다. 그 주위로 호위 용병 넷이 말을 타고 마차를 호송했다.

 

 

“이야~ 드디어 해방이다! 아자! 아자! 아자자자!”

“아아 시끄러 이안! 좀 조용히 하렴. 제발...”

“끼요호!!”

 

 

상단이 내성에서 멀어질수록 이안의 이상행동은 심해져 갔고 무려 30분을 그렇게 소리지르며 만세를 했다.

 

그런 그를 보는 하멜의 표정엔 작은 그늘이 생겼다. 왠지 고달픈 여행이 시작될 것 같았다.

 

 

 

 

“그래. 가보자! 미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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