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004. 까치, 맛있는 과일을 맘껏 먹고 싶었다._3

고픈아찌 2023. 5.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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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뵤!”

-까딱. 까딱.

-끄아아!

파이의 손놀림에 약이 오른 트롤이 코피를 흩뿌리며 파이에게 달려들었다, 우악스럽게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러 공격 해오는 것을 파이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양 손으로 트롤의 양 손목을 막은 후 왼손으로 트롤의 턱을 때렸다. 

-크엑

턱을 맞은 트롤이 잠시 눈이 풀렸고, 그 사이 오른 발목을 차 넘어트린 후, 목을 뒤꿈치로 내리쳤다.

-우득.

-켁

단 한 차례 격돌로 트롤의 목숨을 뺏은 파이는 트롤을 절벽 밖으로 던져 버렸다.

-쿠엑!

바닥에 떨어진 트롤 시체는 정확히 먼저 떨어진 트롤의 모리를 향해 떨어졌고, 그 충격에 기절했던 트롤이 잠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가, 다시 기절했다.

-휙

-쿠에엑!

휙! 

-쿠아악!

이어서 나머지 동굴에서도 ‘절벽 트롤’의 시체가 떨어져 내렸고, 그때 마다 가장 먼저 떨어진 트롤을 향해 정확히 떨어졌다. 결국 그 충격에 마지막 트롤이 떨어진 후 첫 번째 트롤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읏차! 흐으음... 이제 없는 것 같지? 근데.. 이걸 다 어떻게 끌고 가지...”

‘절벽 트롤’ 네 마리를 잡은 파이는 녀석들을 어떻게 들고 갈지 고민을 했다. 회복력이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피의 가격이 제법 높았다. 다른 효능을 발견 한 것인지, 일반 트롤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이었기에, 챙겨갈 생각을 했다.


= = =



“워매... 저게 다 뭐 당가~”
“하이고. 저걸 다 파이 혼자 잡았다는 거여?”

-영차. 영차.

‘모아 마을’ 사람들이 죄다 서문으로 몰려와서 바깥에서 벌어지는 행렬을 구경하고 있었다. 바로 파이가 잡은 몬스터들을 나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고양’이의 도움을 받더라도 한 번에 옮기기 어려울 것 같아서, ‘고양’이의 등에 타고서 마을로 빠르게 내려갔다. 처음엔 ‘검은 호랑이’의 등장에 혼비백산 했던 경비들도, 위에 파이가 타고 있음을 알고선, 가슴을 쓸어내렸고, 그가 산에 몬스터들을 옮기기 위해 손을 빌려달라고 하자, 부대장인 알카림의 허락 하에 병사 10명 전원이 모‘아 산’으로 올라갔다. 

“으음. ‘바포메트’야 그렇다 치고, ‘절벽 트롤’은 어찌 잡은 것인가? 여간해서는 절벽을 내려오는 일이 없는 녀석들인데...”

마을 경비 대장인 ‘선임 기사’ 알카림이 파이에게 질문을 했다. 근접전만 따지면 그도 ‘절벽 트롤’ 한 마리는 상대할 수 있었지만, 절대 거리를 주지 않기로 유명한 녀석들이었다. 멀리서 덩지는 바위의 크기도 크고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 쉽사리 잡겠다고 나서지 못하던 녀석을 혼자서 네 마리나 잡자 놀란 눈치였다. 

“간단해요. 녀석들 동굴로 올라가서 잡으면 쉽더라고요.”
“허..”

그의 말을 들은 알카림은 혀를 찼다. 동굴에 올라가는 방법이 요원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갑을 입는 기사들에겐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올라오게 내버려 두지도 않을 테지만.

“자자, 다들 물러서요. 얼른 가서  피 뽑고, 가죽 해체해야하니까! 몇 분은 좀 도와주세요!”
“내, 도와줌세!” “나도!”

구경하던 마을 사람 몇이 파이를 도와 피를 뽑고 가죽을 해체 했다. ‘절벽 트롤’과 ‘바포메트’는 가죽이 질기고 단단해서 쉽게 해체를 하지 못하기에, 파이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같이 따라하면서 가죽을 벗기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으음? 다들 뭐한다고 이렇게들 나오셨데?”
“어이. 마이클 여태 뭐하다 온겨. 파이가 괴물들을 잡아 왔구만~”
“네? 괴물들요?”

누구의 방해도 없이 한 참 단잠을 자던 마이클이 소람에 잠을 깨서 밖으로 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죄다 나와서 우물을 둘러싸고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도 다가왔다.

“헉. 저게 다 뭐야.”

마이클은 파이가 잡아 온 ‘절벽 트롤’과 ‘바포메트’를 보고 질겁했다. 이미 죽은 녀석들이지만, 해체한 모습이 끔찍하기도 했고, 크기가 매우 커다랬기 때문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녀! 저기 봐봐.”
“예? 뭐가 또... 허걱!”

마을 사람이 가리킨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린 마이클은 다시 헛바람을 집어먹었다. 그가 가리킨 곳에선 집채만 한 ‘검은 호랑이’ 한 마리가 머리에 앉은 까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번씩 하품을 하며 벌어지는 커다란 입은 자신을 한 입에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꿀꺽... 저건 웬 거예요? 저거 저대로 놔둬도 돼요?”
“어어. 파이가 등에 타고 내려온 호랑이여. 재롱도 부리고 그러드만~ 허허.”

‘고양’이를 보고서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몇 가지 재롱을 부리게 한 것이었다. 덕분에 덩치가 매우 큰 고양이 취급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몇몇 꼬마가 다가가다가 부모가 급히 말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후아... 힘드네.”
“고생 했구만 그랴. 덕분에 안심하고 다니겠어.”
“예. 이제 걱정 마시고, ‘프테루스’만 조심하면서 산에 오르시면 될 거예요. 그 녀석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으니까, 피해만 다니면 큰일은 없을 거예요.”

‘모아 산’을 지배하고 있는 네 괴물들 중 두 종을 잡아 죽였고, 한 마리는 길들인 상태였다. ‘프테루스’라는 익용을 닮은 새는 호전성이 약해 먹이를 잡고 자식을 키우는 일만 하는 녀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녀석들이 자리를 잡을 수도 있지만, 웬만한 녀석들은 ‘검은 호랑이’인 ‘고양’이의 상대가 되지 못할 터였다. 

공격력만 따지면 넷 중 ‘검은 호랑이’가 제일이지만, ‘바포메트’는 특유의 이동속도로 피해버리고, ‘절벽 트롤’은 특성상 상대할 일이 거의 없었다. 조류 몬스터인 ‘프테루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너. 사람들 공격하면 알지? 그날로 너도 끽 이야. 알았지!”

-그르릉.. 할짝할짝

파이는 해체한 가죽에 약품처리까지 완료 한 후에, 까치와 놀고 있던 ‘고양’이에게 다가와 짐짓 겁을 줬다. 녀석은 알아들었다는 듯 그의 볼을 핥고서 배를 보이며 복종의 뜻을 나타냈다.
파이는 귀여운 짓을 하는 ‘고양’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서문 밖으로 데리고 가서 풀어줬다.

“괘, 괜찮은 거제?”
“네. 걱정 마세요. 특별한 술법도 펼쳐놔서, 사람들을 먼저 공격할 일은 없을 거예요. 물론 공격당하면 당연히 덤벼들 테지만요.”
“옳거니! 그렇다면, 우리도 수호신 하나 만들자고! 코넬에 있는 친구 녀석이 수호신 생겼다고 자랑 하드만...”
“오! 좋지.” “축제닷!!”

이 전에 ‘코넬 항’에서 벌어진 일이 영지 전역에 소문이 나고선 다들 부러워하고만 있었는데, 자신들을 ‘검은 호랑이’가 지켜줄 거란 기대감에 수호신으로 삼자는 말이 나왔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어.. 이런..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다들 좋아하면 된 거지 뭐. 마이클! 얼른 돌아가자. 늦겠다.”
“어어어.. 그, 호, 호랑이는 안 따라오는 거지?”
“걔가 왜 따라가. 여기 산 지켜야지. 뭐 이젠 모아마을 수호신이라니까.. 흐음 ‘고양’은 좀 그런가. 제니퍼 아가씨한테 이름이나 지어달라고 해야겠다.”

파이는 멍 때리고 있는 마이클을 재촉했다. 가죽은 말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기에, 촌장이 나중에 영주성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피만 챙겨서 신속하게 마차에 오른 후, 빠르게 영지로 향했다. 가는 내내 마이클은 긴장을 한 채, ‘검은 호랑이’가 따라오는 것은 아닌지 뒤를 돌아 봤고,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력으로 마차를 몰았다.



= = =


“파이! 파이!!! 어딨어! 빨랑 나와 봐! 여기 있는 거 다 알거든!”

-휘릭. 탁

“아유. 귀 아파라. 왜그렇게 고함을 질러요. 조용히 불러도 나올 텐데...”
“너어!. 너, 치사하게 혼자 ‘모아 마을’에 다녀와? 거기서 또 수호신을 만들고 왔다며! 날 데리고 갔어야지!”
“아우. 귀 아프다니까요! 좀 조용히 얘기해요. 그리고 제가 알고 그런 게 아니에요. 과일주가 먹고 싶은데, 쉽게 구할 수가 없다고 해서, 겸사겸사 마을을 위해 움직이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요...”

파이가 돌아온 후 며칠이 지나 ‘모아 마을’에서 ‘절벽 트롤’과 ‘바포메트’의 가죽이 도착을 했다. 피륙에 상처가 나지 않게 잡은 덕에 특급 수준의 가죽들이었고, ‘절벽 트롤’은 차후 상단에 팔기로 하고, ‘바포메트’는 쉽게 볼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기에, 박제로 만들어 전시를 하기로 했다. 

서재에서 정리가 끝난 후, 밖으로 나왔다가, 그 이야기를 들은 제니퍼가 파이를 찾아와 따지고 있는 것이었다. 

“안 되겠어. ‘모아 마을’로 가자, ‘모아 산’에 대한 출입이 자유로워지면, 그 과일들을 마을 특산품으로 만들 수 잇을 거야. 얼른 마이클 불러와!”
“아아. 좀. 내일 가시죠.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안 돼! 당장 가자,”
“아아.. 이것 좀 놓고..”

고집쟁이인 제니퍼가 ‘모아 마을’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작은 발버둥을 쳐보지만, 여지없이 늦은 오후에 ‘모아 마을’을 가야 했고,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마이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 그는 심한 겁쟁이였다.

“촌장 할아버지~ 나왔...어? 거기서 뭐해?”
“아이고, 이 시간에 어쩐 일 이십니까요. 아가씨.”
“아아. 마을에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왔어. 거기서 뭐하는... 엄마얏!”

-꽈당

“뭐.. 꺄아아아악!”

마을에 들어서서 촌장 집을 찾은 제니퍼는 마당에서 촌장이 뭔가를 열심히 덮고 있는 것을 봤다. 하얀 천에 꽃이 수놓아진 것이었는데, 크기가 매우 넓었다. 궁금해서 다가 온 그녀는 갑자기 천이 움직이자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쪘다. 그리곤 천을 들추며 나타난 거대한 검은 색의 호랑이의 얼굴에 비명을 지르며 기절을 했다.


“야 임마! ‘고양’이! 너 여기서 뭐해!”

천 아래 있던 것은 ‘모아 산’에서 뛰놀고 있어야할 ‘검은 호랑이’인 ‘고양’이였다.



= = =


“그렇다고 마을 안으로 들이시면...”
“아니, 지 좋다는 것을 우리가 어찌 말리는 가! 저 거대한 덩치를 무슨 수로 돌려보내?”
“음.. 그것도 그렇네...”

‘고양’이가 촌장집에 있게 된 이야기를 들은 파이는 그의 말에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는 파이와 마을에 내려와서 사람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것을 알았고, 파이가 펼친 술법에 의해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져 있었다. 그러다가 ‘모아 산’으로 돌아 왔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매우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마을에 조심스럽게 다가 왔는데, 사람들이 무서워하긴 했지만, 공격하거나 막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병사가 서문을 열어주기 까지 했다.

-그르르. 할짝

‘고양’이는 병사에게 감사 인사의 의미로 혀로 그의 얼굴을 핥아주고선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병사는 ‘나트’였고, 그날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고 했다. 마을에 들어선 ‘고양’이는 길을 이리저리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돌아 다녔다. 사람들이 놀라긴 했지만, 촌장이 절대 공격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고, 앞으로 수호신으로 삼을 거라는 얘기도 한 터라, 조심스럽게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캬하하. 큰 고양이다!! 안녕 고양아!”
-그르르. 할짝

“꺄핫. 간지러~”

그러다 부모가 한 눈을 판 사이 6살짜리 모가 여자애가 ‘고양’이에게 달려가 다라에 안기자, 고양기가 여자 아이를 조심스럽게 핥아줬고, 몸을 땅에 누인 후 올라타 놀 수 있도록 했다. 그 모습에 다른 꼬마들도 다가와 ‘고양’이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놀았고, 마치 덩치만 엄청나게 큰 고양이 같은 모습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안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이틀 전이었다.


“으이그.. 그렇다고 여길 오냐...”
-캬오..

몸길이가 7미터나 되는 거대한 녀석이 파이에게 머릴 비비며 재롱을 피웠다. 봐달라는 의미였다. 파이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리곤 사람들을 공격하지 말라고 다시 한 번 강하게 얘기를 했고, 배를 드러내며 복종의 의미를 보였다. 그리곤 일어나 파이의 얼굴을 핥았다.



“으음.. 커다란 호랑... 꺄악! 윽”
“아, 아가씨! 제니 아가씨!”

기절했던 제니퍼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다가 거대한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파이 얼굴을 핥는 모습을 보고선 다시 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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