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010. 가는 날이 장날이네._17

고픈아찌 2023. 7. 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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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르. 

그러자, 그 주변으로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해초들이 서서히 말라가기 시작했다. 힘을 많이 주면 해초들이 부스러질 수도 있었기에 매우 섬세한 힘 조절이 필요했는데, 파이는 단 십분 만에 무더기로 쌓인 해초들 거의 대부분을 부스러지지 않게 하고선 보들보들하게 말려버렸다.

-보들보들

“오! 역시 부드럽네. 이거면 되겠어.”
“파이. 해초를 말려서 뭐하려고요?”
“아아. 이거로 침대 만들려고. 인간들은 침대가 필수잖아. 재료를 챙겨 온 게 없어서 고급스러운 것은 못 만들지만, 푹신푹신한 침대를 만들어 줄게.”
“꺄악! 치, 침대래!”
“훠이! 애들은 가라. 훠이!”

파이가 만들려는 물건이 무엇인지 들은 주변 ‘머메이드’들이 눈이 보이게 손가락 사이를 벌리곤 얼굴을 가리고 소리를 쳤다. 그리곤 근처 꼬마들을 손으로 휘저으며 멀리 가라는 손짓을 했다.

“침대가 모야?”
“몰라! 먹는 건가?”
“에잇 바보들! 그건 노는 거야!”
“노는 거?”
“어. 저 공 같은 거지!”
“와!! 나도 침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머메이드’들의 놀림소리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낀 로세이아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파이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이렇게... 저렇게... 천으로 감싸서.. 이러면 뚝딱! 짜잔! 침대 완성이오!”

파이는 빠른 손놀림으로 ‘마법 배낭’에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천을 꺼내 바향을 바꿔가며 세 겹으로 겹친 다음, 역시나 가방에서 기다란 나무들을 꺼내 틀을 만들고는 천으로 덥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잘 마른 해초들을 넣은 후 딱딱해 보이거나 날카로워 보이는 것을 골라낸 후 천으로 감싸 찌그러진 네모 모양을 만들었다. 

“이제 이 틀을 조절 하면...!”
“엇! 진짜 침대네?”

파이가 순식간에 그럴싸한 침대를 만들었다. 크기는 두 사람 정도가 충분히 누울 수 있는 크기였고, 쓰인 천이 고급이다 보니 갓 만들어진 침대도 매우 고급스러워 보였다.

“침대가 뭔지 알아?”
“그, 인간들이 잠잘 때 쓰는 가구라고 들었어!”
“뭐? 자, 잠잘 때? 어머머머!”

‘머메이드’들이 또 이상한 곳에 꽂히자 로세이아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으윽.. 진짜! 다들 얼른 가요!”
“히히힛! 우리 보내고 뭐 하려고? 로세이아? 으응?”
“으윽..”

로세이아는 버럭 소리를 쳤다가 본전도 찾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자, 로세이아. 여기 한 번 누워봐. 불편 한 곳 있나 봐야지.”
“으.. 아, 알겠어요.”

로세이아는 붉어진 얼굴을 한 채, 파이의 권유에 못 이겨 침대에 몸을 뉘었다.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고, 너무 들어가지도 않고, 적당한 지지감을 형성해서 매우 편안 했다. ‘코넬 항’에 갔을 때 여관에 있던 침대보다 더 좋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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