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 좋은 데요! 와!”
“불편하거나 뭉친 곳은 없어?”
“네! 정말 좋아요. 손재주가 좋네요. 파이.”
“뭐, 하도 이것저것 만들어 쓰다 보니까...”
로세이아는 진심으로 감탄한 얼굴을 하고선 파이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녀는 잠시 누워서 이리저리 뒹굴 거리며 침대가 생긴 것을 좋아했다. ‘코넬 항’에 갔다가 돌아와서 항상 물이나 바닥에서 자면서 아쉬웠었는데, 이제는 그럴 걱정이 없어졌다.
그리고 매우 신이 난 표정을 한 그녀를 보고선 주변에 있던 ‘머메이드’들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 = =
-뚝딱. 뚝딱. 쾅쾅쾅 드득. 드드득.
조용한 ‘트리톤 족’ 마을이 몇십 년 만에 요란한 소리로 가득했다. 그 소리는 딱 한 군데서만 생기고 있었는데, 바로 마을의 회관 바로 앞 공터였다.
“네. 거기 잡고 계세요.”
“이, 이렇게 하면 되나 인간?”
“파이라고 부르라니까요. 네. 그렇게 잡으면 돼요. 잠시 만요. 읏차!”
회관 앞 공터에선 한찬 뭔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파이를 비롯한 ‘트리톤 족’ 남성체인 ‘머맨’ 셋이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바로 ‘침대’였다.
파이가 ‘로세이아’에게 선물로 만들어 준 침대를 본 ‘머메이드’ 아줌마들이 빠르게 소문을 냈고, 다들 구경하러 왔다가, 파이에게 자신들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었다. 특히 이제 가정을 꾸려 따로 나가기로 한 부부가 간절히 원하는 모습에 파이가 허락을 했고, 하나, 둘 만들어 주던 것이 계속해서 부탁해오자 거절 하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 아예 대대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손이 모자란 그를 위해, 한쪽에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머맨’을 불러다가 돕게 했고, 침대를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에 흔쾌히 두 팔을 걷어붙이곤 파이를 도와 ‘침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이는 로세이아의 것만큼의 질이 좋은 침대보가 없었기에, 적당히 튼튼한 천으로 침대를 만들었고, ‘트리톤 족’은 그것마저 감사하게 받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읏차! 이게 마지막!”
“후아.. 수고 했네. 인간. 아니. 파이.”
마지막 의뢰를 완수한 파이는 이마에 난 땀을 로세이아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닦으며 기지개를 폈다. 같이 일한 ‘머맨’들도 그의 어깰 살짝 두드리며 감사인사를 했다. 그들도 침대를 하나씩 얻었기 때문이었다.
“고맙네. 친구. 하하. 이제 와이프랑 편하게 즐기겠어!”
“이이는! 못하는 소리가 없어!”
“왜? 부부가 당연한 거지. 하하하.”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알려진 ‘트리톤 족’이었지만, 그건 인간과의 관계가 그런 것이었고, 자기들끼리는 매우 개방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문화 자체가 여러 가지 물건이나 집까지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흘흘흘. 고맙네. 손녀사위. 덕분에 편안히 눕겠어! 나중에 내 관짝으로 써도 될 정도야. 흘흘흘”
“할머닛!”
마을의 지도자이자, 로세이아의 할머니인 쥬이시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한 말에 로세이아느 또다시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싫다기 보다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주변의 몰이 탓인지, 아니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한 것인지, 파이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정확힌 자신을 위한 침대를 만들어준 때부터 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 고생을 했으니 당연히 보상을 해야지.”
“에이. 선물인데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쥬이시의 말에 파이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을 했다. 선물을 준 것에 보상을 받는 것은 그의 성미와 전혀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럼. 나도 선물을 줘야지. 흘흘 우리 손녀를 줄 테니 잘 쓰게나. 흘흘흘”
“할머니잇! 정말!”
“흘흘흘”
로세이아는 오늘 하루 평생 화를 낼 것을 다 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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