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맘마’ 독 따위야... 그냥 조금 귀찮은 정도니까”
파이가 만들 수 있는 독들에 비하면 ‘블랙 맘마’의 독은 그냥 특이한 독 정도일 뿐이었다. 독성 자체는 하급 수준에도 못 미쳤다.
“오! 역시. 순식간이네.”
파이는 독낭에서 독을 조금 꺼내어 ‘정화의 잔’에서 생성된 성수를 뿌리자, 거무튀튀하던 색이 금방 투명하게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정화(淨化)가 된 것 이었다.
“그래도 알려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파이는 ‘정화의 잔’에 대한 소문이 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해독제에 성수를 조금 희석해서 마치 해독제를 만든 것처럼 꾸미고서는 숙소를 나섰다.
“야! 너가 튀면 어디 멀리...야! 어디 가!! 파아아이이이이!!”
- 쌔앵
숙소를 나서자 건물 밖에서 제니퍼가 정문 한 가운데서 독이 바짝 오른 얼굴로 파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나올지도 모르면서 계속 화가 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이 파이는 들어간 지 30분 만에 나왔고, 그녀가 삿대질을 하며 화를 내려는 순간, 파이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졌다.
그녀의 시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저 바빠요~”
“야아아아!!”
이미 몇 백 미터나 떨어진 파이는 한 마디 말만 남기고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제니퍼의 두 주먹에는 힘줄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 = =
-삐그덕.
“헐... 그렇다고 혼자 ‘울프 산맥’을 갔단... 음? 벌써 왔소? 뭐가 잘 못 된 것이오?”
잠에서 깨어난 여자 용병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용병들이 여관 문이 열리자 자연스레 시선이 갔고, 파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약간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나간 지 겨우 한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에 뭔가 일이 잘 못 된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아아. 그건 아니오. 쉬라니까 아직도 여기 있었소?”
“뭐, 그냥 이야기만 하는 건 괜찮은 것 같아서...”
“뭐, 상관없지. 참! 마침 내가 지니고 있던 해독제와 독이 일치해서 금방 돌아 왔소. 이미 독성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 이거 마시면 곧 나아질 거요.”
“오! 고맙소!”
일이 잘 못 된 줄 알았다가, 파이가 맞는 해독제를 가지고 왔다는 말에 다들 반색을 했다. 파이는 그런 그에게 진한 초록빛을 띤 진득한 약을 건넸고, 복용법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 먹고 한 숨 자면 완치 될 거요. 그럴 리야 업지만, 혹시라도 독성이 남아 있다면 다시 나를 찾아오시오. 난 영주성 저택에 머물고 있으니...”
“하하하. 고맙소. 은혜는 퉁 쳤다고 하고, 만난 것도 인연이니, 독이 다 없어지면 같이 술이나 한 잔 합시다.”
“그건 나도 좋소. 일단 얼른 마시고 올라가 쉬시오.”
“고맙소. 음 크... 꿀꺽. 꿀꺽. 으으. 정말 약인가 보오. 엄청 쓰구려. 윽”
“건강하게 살고자 하면 더 한 것도 먹을 줄 알아야지. 흐흐. 그럼 나중에 봅시다.”
용병단장인 베르는 파이가 보는 앞에서 약을 마시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해독제임을 알면서도 쉽사리 먹기 힘든 쓴 맛이었다. 그래도 꾹 참고 단숨에 들이켠 후, 2층에 잡아 놓은 숙소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파이. 너가 말했던 영지가 여기였어?”
“어어. 내가 몇 번을 말했냐... ‘알펜 남작령’이라고!”
“헤헤헤. 몰라 그런 거. 아무튼 반갑다 야!”
“하아.. 이제는 31살이나 먹었으면서도 아직도 그런 상태냐! 으이그...”
단장이 올라가고 나자, 단원들도 그동안 쉬질 못했던 터라 다들 숙소로 올라갔다. 뒤에 남은 파이와 그녀의 옛 동료 ‘에밀리아’는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늦도록 자를 뜨지 않았다.
-으드드득
“으으으... 파이... 네놈...!!!”
파이가 돌아오기만을 잔뜩 벼르고 있던 제니퍼는 그날 저녁 시간을 모두 날려버렸고, 파이에 대해 이를 갈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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