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자, 조용! 큰일은 아니지만, 오늘 우리와 같은 땅에 사는 인간 영지에서 선물을 보내와서 불렀다.”
“선물? 저건가? 어! 맥주?”
“어! 맥주다! 그럼 그 ‘모아 마을’의 맥주 아냐?”
“그런가 본데? 어, 엄청 많잖아!”
족장이 제지에 잠시 수그러들었던 웅성거림은 그의 ‘선물’이라는 단어에 다들 공터에 놓인 오크 통을 봤고, 그게 맥주임을 깨달은 그들의 웅성거림이 전보다 더욱 커졌다.
-시끌시끌. 웅성웅성
“조용.. 조용!!”
-....
“크흠.. 아우. 목아파! 이야기 좀 들어라! 엉! 손님도 있는데 창피하게! 에휴.. 이쪽은 파이라고 한다. 다들 이름은 들어 봤지?”
“아.. 하하. 아, 안녕하세요! 파이라고 합니다!”
급작스럽게 마을에 있는 모든 ‘드와프’에게 자기소개를 하게 된 파이가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매우 뻔뻔한 그였지만, 거의 100명에 가까운 드와프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길 바라보자 약간 부끄러워진 것이었다.
파이가 인사를 하자, 그의 이름을 들어 본 드와프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환영을 해줬고, 잠시 소란이 있은 후 족장이 손을 들어 조용히 시켰다.
“뭐, 이젠 다들 알았겠지만, 저기 맥주가 정말로 작은 동산만큼 쌓여있다. 어쩔래? 두어 통만 꺼내다 마시고 저장 해놓을까?”
-우우우...
족장이 손으로 오크 통을 가리키며 이야기 하자, 다들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마치 짜기라도 한듯 한 순간에 비슷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파이는 실소가 터져 나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무슨 소리! 당장 다 마셔야지!”
“옳소! 저기 한 통은 내 몫이오!”
“난 두 통이오!”
마을 주민들이 너도나도 반대를 외치며 당장 마실 것을 요구 했고, 족장도 이미 예상한 듯 다시 손을 들어 조용히 시켰다.
“그럼 얼른 집에 가서 안주 가져와! 손님도 있으니 각자 먹을 것에 조금 더해서 가져와! 시간은 딱 30분 준다!”
“으압! 내가 먼저 간다!”
“히힛! 난 이미 먹을 것을 만들고 있었... 아! 타, 탔겠다..!!!”
족장의 말에 다들 각자의 집으로 우르르르 달려갔고, 그 모습을 본 파이는 결국 웃음이 터졌다.
“큽큽.. 크핫. 흐흐 뭔가 애들 같네요.”
“뭐. 우리 종족이 좀 그래. 손재주만 좋지. 좀 단순무식하거든. 그래서 이용도 많이 당했고..”
“아...”
족장의 의미심장한 말에 파이는 웃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손재주가 좋다보니 인간들에게 노예로 잡히거나 많은 핍박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뭐, 그러면서 다 배우는 거지. 하핫. 우린 저 치들이 오기 전에 맥주나 준비 해볼까?”
“넵. 참! 제 선물을 안 보여드렸네요. 짜잔!”
“응? 그게 뭔가? 메달 같은 건가?”
분위기를 전환한 족장이 공터로 가면서 맥주를 다를 준비를 하려다가, 파이가 선물이라며 꺼낸 것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청색의 손바닥만 한 납작한 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어? 모르시나보네요? 냉동 마법이 걸린 심해청마석(深海靑魔石)이에요.”
“심해청마석? 아! 그 바다 깊은 곳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마석이군! 실물은 처음 보는 군.”
장인 종족답게 심해청마석을 보고는 호기심이 오라온 족장은 파이에게서 받아들고는 요리조리 살펴봤다. 조금 차가운 느낌과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뿐, 마나와 친숙하지 않은 그는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다.
“흐흐. 잠시 만요. 읏차!”
“응? 뭐하는 겐가?”
파이는 족장에게서 다시 받아 들고는 오크 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심해청마석을 바닥에 내려놓고 한 부분을 누른 뒤, 오크 통을 그 위에 얹었다.
-우웅. 쩌저적. 쩌적.
“어! 그, 그건!”
“네! 바로 미지근한 맥주를 차갑게 만들어 줄 마법석이죠. 하핫!”
“오오! 그렇군!”
파이의 허리까지 오는 높이의 오크통이 순식간에 얼어가며 냉기를 뿜어내자, 족장의 눈이 커지며 길게 자란 눈썹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과 거리가 먼 그들이었고, 항시 뜨거운 용광로 앞에 있기 때문에 얼음 볼일이 평생에 몇 번 없는 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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