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창질이 편하지. 흐흐”
-꾸엑. 꽥!
"오! 자네. 창술 솜씨가 제법 이구만! 정식으로 배운 것 같은데?“
“아아. 전에 있던 용병단에 군문(軍門) 출신이 한 분 있었거든요. 그분한테 배웠어요. 다른 건 몰라도 창술이 양학(양민 학살)에 마법 다음으로 좋다고 해서요. 크크”
“음.. 뭐, 자네의 모습을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군.”
예상한 답변과 조금 다른 답이 나오긴 했지만, 파이의 창술에 죽어나가는 ‘프로그맨’들의 수를 보고서 베르는 고갤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였기 한 칼에 두셋을 죽여 나가고 있었지만, 파이의 창에는 네 다섯씩 뚫리고 베이며 목이 달아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의 창술이 대단한 것도 있었지만, 오늘을 위해 창을 특수 제작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날을 길게 하니까 많이 죽이기 편하네요. 하하”
“특이하다 싶긴 했는데, 이런 곳에선 쓸모가 많군. 나도 참고 해야겠어.”
파이가 들고 있는 창은 창대의 길이와 날의 길이가 거의 비슷했다. 앞뒤에 날이 달린 특이한 모습이었는데, 1.5m 길이의 창대와 70cm정도 되는 두 창날로 이루어져 있었고, 파이는 찌르고 빼고, 휘두르고 회수하면서 앞, 뒤 날을 모두 용해 한 순간에 10여 마리씩 죽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게 쓰기 좀 위험하긴 한데 익숙해지니까 편하네요.”
창두가 있어야할 부분에 날이 달려 있다는 것은 다루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자신에게 피해감 생기지 않는 다면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에 매우 용이했다. 공격뿐만 아니라 회수하는 동작으로도 적을 죽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허. 얼마나 오래 배우면 자네처럼 할 수 있는 거지?”
파이의 신기에 가까운 창술을 바라보면서 근처 ‘프로그맨’을 죽이고 있던 베르가 물었다. 기다란 양날 창을 다루는 그의 모습이 제법 멋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그의 양옆에서 피분수가 일어나며 몬스터 무리에 홀로 우뚝 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읏차! 창술 자체는 1년 배웠고, 이 창은 오늘 처음 써요. 아! 그제 받았을 때 잠깐 휘둘러보긴 했네요. 하핫.”
“... 그.. 그렇군.. 하앗!”
파이의 대답을 들은 베르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비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거 괴물이었군. 그런데 왜 안 알려졌지?’
파이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재능도 남 못지않다고 여기는 그였지만, 파이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뭔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저 친구들도 예사 용병들은 아니야..’
파이와 전에 같은 용병단에 있었다는 로드리고와 에밀리아의 모습도 간간히 지켜봤고, 둘이 자신보다 조금 약하거나(로드리고) 비슷(에밀리아)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들 익스퍼트 상급이라는 소리였는데, 파이는 그보다 더 강해보였다.
‘나이도 한참 어린 친구들인데.. 역시 재능인가..’
그보다 열 살 이상 어린 친구들의 경지가 자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다는 것에 약간 기운이 빠지긴 했지만, 용병생활을 하면서 천재(天才)라 느낀 이들을 더러 만나 봤었기에 금방 떨쳐내고선 열심히 ‘프로그맨’들을 썰어 나갔다.
= = =
“사체를 한 쪽으로 모아라!”
“후아! 이정도면 해변은 정리가 끝났나?”
약 한 시간 반 만에 천 단위가 넘어가는 ‘프로그맨’들을 정리를 했고, 병사들 몇이 놈들의 발톱에 베이며 부상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약 바르면 낫는 수준이라 피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크~ 시원하군 첫 전투를 치르는 병사들도 꽤 있던 것 같은데, 기사단장이 제법 출중한가 보네?”
전투를 끝내고 몸에 묻은 체액을 닦고서 용병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파이가 준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었다.
“아! 단장님이 좀 그래요. 실제 생활은 좀 허당이긴 한데, 전투에 관해선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래? ‘알펜 남작령’엔 인재들이 정말 많군..”
“이참에 거점을 이리 옮기는 건 어때요? 딱히 거점을 정한 곳도 없다면서요.”
“흐음... 그럴까..”
이젠 제법 나이가 찬 베르는 용병단을 이끄느라 혼자 살고 있는 상태였지만, 그 역시 나중엔 결혼도 하고, 아기도 키우며 정착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였다. 현재는 ‘금패’를 따내기 위해 열심히 사느라 그럴 여유가 없지만, ‘금패’를 따면 유지하는 정도만 하고 용병단 운영에만 손을 쓸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곧 해로(海路)도 뚫을 수 있으니까 이동하기도 수월 할 걸요? 하하. 그리고 다 떠나서 맥주가 끝내 주잖아요. 먹을 것도 풍부하고”
“으음... 이거 엄청 끌리는 말이군.. 단원들과 이야기 해보지. 어차피 언젠가는 정착을 해야 하니까.”
처음 왔을 땐 중독된 터라 마음이 급해 구경하지 못했지만, 이후 회복을 겸해 여기저기 작은 의뢰를 소일거리로 하면서 바라본 ‘알펜 남작령’은 그저 그런 남작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충분히 중소도시급 이상으로 인구도 많고 그 보다 더한 방문객들이 많았다. 상업이 활성화 되고, 바다와 ‘울프 산맥’ 때문인지 치안을 유지하는 군사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거기에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파이’의 존재가 그의 구미를 크게 당기기 시작했다.
다 떠나서 ‘파이’가 이루었다는 믿기 어려운 일들을 직접 목격(꺼북이, 트리톤 족)하기도 했고, 앞으로 만들어나갈 일들이 궁금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생각 해봐야겠어.’
결국 그는 돌아가는 대로 단원들과 회의를 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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