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사람 사는 맛이...’
정쟁과 의심이 가득한 왕궁 생활을 하다가, 이곳에서 처음 마주하는 것들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중이었다. 가끔은 몸이 힘들기도,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지나가는 이, 안면이 트인 이, 조금 친해진 이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얼른 사람구실 해야겠군. 받았으면 갚아야지.”
남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켠 보르오는 숙소에서 쉬고 있을 자신의 수하이자 단원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먼저 자신을 믿고 따라온 그들과 더욱 친한 사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 = =
“.... 이상 ‘프로그맨’ 토벌군 총원 176명, 임무 복귀를 신고합니다. 충!”
-충!
“고생했다. 일단 짐을 먼저 풀고 나오면 작은 연회를 마련했으니, 부디 푹 쉬길 바란다. 혹, 가족과 함께 하고픈 이들은 집에 연락을 보내도록. 내 부족하지 않게 준비했으니, 일가친척 다 오라고 해도 좋다!”
-와아아아!!!
“우리 오빠 멋지다!”
“저기 내 새끼도 있다고 하하핫!”
“봐라. 너희 아빠 멋지지?”
“응. 엄마. 아빠 데따 머쪙!”
‘프로그맨’의 토벌을 마치고 돌아온 ‘알펜 남작령’의 군사들이 내성에 있는 연병장에서 정렬을 한 채, 임무 완료를 보고하고 있었고, 그들의 주위엔 병사들의 가족과 영지민들이 둘러싸고서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을 하고 있었다.
‘프로그맨’이 약한 축에 속하긴 하지만, 일반 영지민들에겐 그저 무서운 몬스터라고 알려져 있었고, 200이 채 되지 않는 병사들로 수 천 마리의 ‘프로그맨’을 무찔렀다는 소리에 다들 환호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후아. 좋다. 크크”
“뭐야. 넌 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냐!”
“흠흠. 내가 언제! 크으! 봐봐. 저기 사람들이 다 우릴 보고 환호 하잖냐!”
“완전 꿀 빨다 왔는데도 말이지. 크크 흠흠. 다들 알지? 굳이 사실을 이야기할 필욘 없다는 거.”
“다들 이미 이야기 했어! 이크 얼른 가자.”
처음 맞는 대규모 환영인파에 병사들의 사기 또한 높이 솟았고, 그들 끼리 입을 맞춰서 거짓말은 하지 않더라도 사실대로 모래사장만 지키다가 왔다곤 하지 말자고 했다. 비록 두세 마리 정도의 ‘프로그맨’과 전투를 벌이긴 했지만, 그들 역시 그 자리에서 한 몫을 하고 있었기에 수천 마리와 싸운 것도 마냥 거짓은 아니었다.
병사들 사이에 은연중 유대감이 생겼고, 전투에 대한 이야기에 조금씩 과장이 섞여서 영지에 퍼져나갔다.
= = =
“고생 했네. 살라드의 말을 들으니, 이번에도 자네들이 다 했다고.”
“에.. 거진 파이가 다 한 거긴 하지만, 저희도 돕긴 했으니.. 하핫!”
“뭐, 워낙 약한 녀석들이라 서요. 바다 속에서 만나지만 않으면 한 주먹거리죠 다들.”
병사들에게 연회를 열어주고 잠시 얼굴을 비치고 나온 남작은 따로 파이와 그 일행을 불러서 치하를 했다.
원래는 사례금을 주려고 했으나, 자신은 가족이라며 사양을 했고, 남작도 다시 권하진 않았다.
“참. 남작님. 그 곳에서 ...”
“뭐? 안개를 없앨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아, 물론 확실하진 않고요. 그냥 일말의 가능성 정도?”
“그래도 시도 해볼 수 있는 게 어딘가!”
안개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남작의 얼굴이 환하게 변했다. 파이는 늘 자신 없게 이야기를 하지만 하려고 했던 모든 일을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을 해왔기에 이번 일도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알길 ‘미스트 마을’이 ‘미스트 항’이라 불릴 때는 아주 옅은 안개가 노을에 비칠 때 그 모습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고 들었지. 언제 부턴가 그 안개가 너무 짙어져서 지금의 모습이 되긴 했지만... 이번에도 잘 부탁하네.”
“너무 기댄 하지 마시고요. 그럼 저는 다시 가보겠습니다. 준비할게 많아서...”
“그러게. 제니퍼에겐 내가 말 하지. 녀석도 지금 정신이 없어서...”
“네. 그럼.”
제니퍼가 정신이 없다는 소리에 반색을 한 파이는 얼른 일행을 데리고 저택을 빠져 나와 ‘코넬 항’으로 향했다.
“흐흐. 또 시달릴 뻔 했는데, 일이 많으신가 보네. 얼른 갔다 와서 그 섬에 대해 이야기 해야지.”
제니퍼가 정신없는 이유를 그저 일이 바빠져서라고 생각한 파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바르크’를 만나기 위해 ‘코넬 항’으로 마차를 타고 갔다.
-같은 시각,
“아오... 어떻게 거절하지? 싸가지 없게...는, 역시 안 되겠지? 으으.. 왜 왕자 따위가 와서는...”
제니퍼는 정중하게 거절할 방법을 생각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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