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혹시 우리 마을에 놀러 갈래요?”
“응? ‘바할 군도’에?”
“네. ‘바할 군도’ 중에서도 가장 앞쪽에 있는 마을이라 비교적 들어가기 편하거든요. 이 곳에 나오는 머메이드들은 대부분 우리 마을 출신이기도 해서 그리 불편해하진 않을 거예요.”
갑작스럽게 얼굴을 가까이하며 꺼낸 그녀의 말에 파이는 당황을 했다.
“그, 그래도 되나? 그런데 ‘소용돌이’ 때문에 출입이 어렵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하지만, 파이라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도와줄게요.”
“나야 가보면 좋긴 할 테지만.”
“호홋. 꼭 가요! 아마 우리 마을에 가장 처음 방문하는 인간이 될 거예요!”
로세이아는 갑자기 생각한 일이긴 했지만 매우 좋은 생각이라는 듯 그의 팔을 잡고서 애교까지 부렸다.
그녀가 하는 말을 마을 사람들이 거의 믿어주지 않고 있었기에 그를 데리고 가서 증거를 보여주고 싶었다. ‘꺼북이’까지 가면 좋긴 하겠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당사자인 파이를 데려가 보고 싶었다.
“그래. 갈 수만 있다면야. 그럼 일단 항구로 돌아가서 준비 좀 하자. 빈손으로 갈 수야 없지.”
“오! 그럴까요? 헤헷!”
평소 조신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마치 십대 후반의 소녀처럼 발랄한 모습을 보이자, 파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색다른 그녀의 매력을 발견한 것이었다.
둘은 선착장으로 돌아가서 ‘바할 군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변화무쌍한 해류와 입구를 막고 있는 거대한 두 개의 ‘소용돌이’는 아무리 바다 종족인 ‘트리톤’일지라도 아무 때나 드나들 수 없었기에 때를 기다려야 했다. 인간들은 못 느끼는 바다의 기운을 ‘트리톤 족’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야! 나도! 나도 갈래! 이쁘장한 아가씨. 나도 데려가 줘요!”
때를 기다리기로 하고선 마을에 머물기로 한 둘은 저녁식사를 하러 이동을 했다. 그 때, 선착장에서 ‘트리톤 족’ ‘머메이드’에게 퇴짜를 맡고 걸어 나오고 있는 로드리고를 만났고 같이 저녁을 먹으러 이동을 했다.
파이는 ‘바할 군도’에 놀러 갔다 올 테니,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은 로드리고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애처럼 계속 떼를 쓰고 있었다.
“야야. 넌 못가. 수영도 못하는 게 어딜 가려고.”
“미, 미안해요. 제 실력이 모자라서...”
‘머메이드’인 로세이아도 두 ‘소용돌이’가 약해진 틈을 타서 빠져 나오는 것이라, 수영도 못하는 로드리고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파이는 스스로 수영도 잘하고 기운을 이용해 몸을 보호할 줄 알기에 약간의 도움만 주면 그 스스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크으윽.. 거, 거기 가면 ‘머메이드’들이 천지겠지?”
“뭐.. 그러지 않겠냐? ‘트리톤 족’은 남성과 여성이 다른 마을을 이루고 산다고 하니까.”
“네. 저희 마을은 ‘머메이드’의 마을이에요. 옆 섬에 ‘머맨’의 마을이 바로 붙어 있기는 하지만.”
특이하게도 ‘트리톤 족’은 여성체인 ‘머메이드’와 남성체인 ‘머맨’이 마을을 따로 이루고 살았고, 짝을 찾는 시기에만 잠깐 가정을 이루었다가 아이가 자라면 다시 헤어져 남남처럼 살아갔다. 개체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렇다고 마을 간의 출입이 막힌 것은 아니었고, 철저한 개인적인 생활을 하는 ‘트리톤 족은’ 볼일이 있지 않는 한 자신의 마을에서 지내며 수련을 하거나 채집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크윽.. 흑.. 내, 내가 수영 배우고 만다! 이쁜 아가씨! 나도 수영 잘 하면 데려가 주는 거죠?”
수영을 하지 못해 못 간다고 생각한 로드리고는 억울한 듯 진짜로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었다. 직접 ‘머메이드’를 본 결과 하나같이 미인들이었고, 그런 미인들이 산처럼 쌓인(자기 생각에) ‘바할 군도’에 가지 못하는 것에 매우 슬퍼진 것이었다.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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