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010. 가는 날이 장날이네._9

고픈아찌 2023. 6. 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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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무, 물론이죠! 그러니 열심히 연습하세요!”
“흑. 알겠수다. 그럼 많이들 드쇼. 난 수영 연습이나 하러 갈 테니.”

로드리고의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있는 로세이아는 파이를 바라봤고 그가 고갤 끄덕이자, 허락을 했다. 그제야 얼굴이 조금 펴진 로드리고는 연신 눈을 훔치며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는 수영을 연습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어! 바, 밤이라 위..”
“냅 둬. 저 녀석 허리 아래 이상 되는 물엔 들어가지도 못하니까?”
“네?”
“저 녀석 아주 심한 잠수병이야. 수영을 전혀 못해. 물만 들어가면 그냥 꼬르륵이야. 몸이 근육으로만 이루어져서 그런가...”

수영도 못하는 로드리고가 저녁이 다되어 사람도 많지 않을 때 바다에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해 말리려던 로세이아를 파이가 말렸다. 로드리고는 수영을 심각하게 못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몸이 물위로 전혀 뜨질 않았다.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내가 저 녀석 말 듣고 진짠가 시험 해봤는데, 그때 저 녀석 죽을 뻔 했거든. 그 뒤론 아예 물에 발도 잘 안 담가. 특히 바다는.”
“...네에?”

로세이아는 파이의 말에 당혹스런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무리 궁금하다고 해도 수영도 못하는 사람을 바다에 던졌다는 소리였다. 로세이아는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허우적거리는 로드리고를 웃는 얼굴로 바라보는 파이가 떠올라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크크크 그때 엄청 웃겼다고. 어떻게 사람이 돌이 바닥에 빠지는 것보다 빠르게 들어가지? 내가 그때 해적 몇을 잡아서 무거운 돌을 녀석들 다리에 묵고 바다에 던지면서 구경하고 있던 로드리고를 바다로 집어 던졌거든? 근데 바닷속을 구경하고 있으니까, 해적들 보다 두 배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더라고. 마치 일부러 잠수하는 것처럼 말이야. 조금만 늦게 갔어도 진짜 익사 했을 껄? 하하하.”
“...아..아.. 예...”

음식을 먹으면서 그 당시를 회상하는 파이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로세이아는 그의 미소가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숙이곤 열심히 음식을 먹었다. 파이는 그것도 모르고 그 때 일을 재미난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하곤 계속 이야기를 했다.

“후아. 잘 먹었다.”
“저, 저도요.”
“그럼 일단 자고 내일 보자. 들고 갈 선물을 준비해야지.”
“네, 네. 드, 들어가세요.”
“응? 갑자기 왜 그래?”
“아, 아니에요. 오늘 무리를 좀 해서. 조금 쉬면 나아질 거예요. 내일 봐요!”

거의 10인 분의 양을 혼자 해치운 파이가 가게를 나서서 배를 두드리며 말을 하자, 로세이아는 그의 조금 뒤쪽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에 이상함을 느낀 하멜이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가자, 그녀의 걸음도 한 발짝 물러났다. 

로세이아는 오늘 저녁에 먹은 음식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있었다. 파이가 밥을 먹는 동안 몇 가지 다른 이야기들을 해줬는데, 그 것들 역시 로드리고나 다른 동료들의 생명을 장난치듯이 가지고 논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년는 왜 로드리고가 파이를 보고서 어쩌다 한 번씩 ‘괴물(怪物)’이라고 부르는 지 알 것 만 같았다.

‘괘, 괜히 데려가는 건 아니겠지?’

로세이아는 파이와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서 약간의 후회감이 몰려왔지만, 머릴 털어내고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을 했다. 

한 동안 오늘 들은 이야기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어? 로세이아! 얼굴이 왜 그리 새파래? 어디 아파?”
“아, 아니에요. 언니. 어, 언니! 오늘 같이 잘래요?”
“같이? 상관은 없는데 왜?”
“그, 그냥요. 오랜 만에 이야기도 하고...”

로세이아는 동족에게 가까이 가서 어리광을 피우며 함께 자자고 졸랐다. 그녀는 밤에 꿈자리가 무서웠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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