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요. 만나서 반가워요. 이 마을을 이끌고 있는 알 쥬이시라고 해요. 사적으로는 로세이아의 할미랍니다.”
“아, 안녕하세요. 하하. 파이라고 합니다.”
회관 안으로 들어가자 몇몇 ‘머메이드’가 테이블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중앙 상단 부분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머메이드’가 있었다. 인간으로 따지면 농익을 대로 농익은 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가 이 마을의 지도자이자 로세이아의 할머니였다.
파이는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미녀가 인자한 할머니가 손주 친구를 대하는 것 같은 말투에 적응하지 못하고 말을 더듬다가 겨우 인사를 했다. 로세이아의 엄마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흘흘흘. 인간은 오랜만이네요. 거기 잠깐 앉으시구랴.”
“네, 넵. 감사합니다.”
파이는 여전히 적응 안 된다는 얼굴로 그녀가 가리킨 곳의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로세이아도 그의 옆에 있던 자리에 앉아서 쥬이시의 말을 들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답니다. 손녀 녀석이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흘흘. 수명차이가 심해서 부부의 연을 맺는 것은 좀 그렇고, 젊었을 때 즐기시구랴. 흘흘”
“할머닛!”
“네..네?”
“흘흘흘.”
자신의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쥬이시의 말에 파이는 계속 당황하는 중이었고, 로세이아는 하얀 얼굴에 두 볼을 붉게 물들이면서 빽 하고 소리를 쳤다. 쥬이시는 그 모습을 보며 음흉하면서도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우리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겠네. 언제든 마을에 오는 것을 허락할 테니, 시간 내면 와서 우리 손녀 녀석하고 알콩달콩 시간도 보내시구랴. 흘흘. 인간과의 사이에선 새끼가 안 생기니 피임 같은 건 걱정 하지 말고. 흘흘”
“킥킥. 킥” “풋!”
쥬이시의 말에 주변에 있던 ‘머메이드’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틀막을 시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파이는 여전히 어리버리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로세이아만 얼굴이 붉다 못해 시뻘건 색으로 변하고선 콧김을 내뿜으며 화를 버럭 냈다.
“이익! 아! 몰라! 파이 나가요!”
“에? 아니, 저 아직 인사도...”
“얼른! 딱 봐도 저 놀리려고 부르신 거예요. 흥!”
“어어.. 조, 조용히 있다가 가겠습니다~.”
파이의 팔짱을 낀 로세이아는 그를 힘 있게 끌어당겨 밖으로 나갔고, 파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끌려 나가며 인사를 하고선 나왔다. 둘의 뒤에선 ‘큭큭’ 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씨이.. 에휴. 250이 다 되가시는 분이 장난은..”
“응? 250? 나.. 아니 연세가 그렇게 많으셔?”
“아아. 네. 지금은 243세시거든요. 우리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셔요. 제 할머니기도 하시고.”
파이도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자신보다 10배 가까이 산 그녀가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모습이 영 익숙해지질 않았다. 노력해보려던 그는 포기를 하고 낯설은 상태로 지내기로 했다.
로세이아는 그를 끌고 회관을 빠르게 벋어났다.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쭉 가던 그녀는 한 건물 앞에서 멈춰 서선 그를 그 안으로 데려갔다.
“짜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뭐, 엄마랑 나만 사는 건 아니고, 5~6명씩 공동으로 사는데, 보통은 집에 잘 없거든요. 우린 밖보다 물이 더 편한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여기는 쉬로 오는 휴식처 같은 공간이에요.”
“으음. 그래서 단촐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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