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휙휙. 휙.
“키야... 가면 덕이 진짜로 좋네. 리토르 진주도 좋고. 이대로만 가면 1년 안에 몸을 회복할 수 있겠는데?”
화산섬에서 힘을 쓰고 돌아온 파이는 영주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내리 이틀을 잠들었다.
배타고 오는 동안에도 혹여 해상 몬스터가 나타날까 경계를 하기도 했고, 화산섬에서 용암길을 만드는데 워낙 많은 힘을 소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전과 달리 ‘리토르 진주’ 덕분에 조각조각 금이 간 위태하던 ‘그릇’이 강력 접착제를 붙인 것 마냥 달라붙었고, 그 사이를 ‘라이피의 황금 가면’이 차츰차츰 ‘금 간 부분을 아예 회복시고 있는 중이었다.
이틀 동안 가면을 쓴채로 잠을 자고 일어나 몸을 움직이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꽤나 많은 힘을 썼지만, 오히려 전 보다 더욱 상태가 좋아지 느낌이었다.
“자, 이제 아가씨나 보러 갈까..”
샤워로 몸까지 깨끗하게 만든 후, 가벼운 옷차림으로 영주 저택으로 들어가 제니퍼가 일하는 서재로 가고 있을 때,
“흠흠. 파이군.”
알버트 집사가 그를 불러 세웠다.
“아, 안녕하세요 집사님!”
“아가씨 뵈러 가는 겐가?”
“예.”
“오늘은 바쁘시니 다음에 가게.”
그리곤 제니퍼에게 가지 말라고 말을 했다.
“네? 아하! 또 뭔가에 빠지셨나 보군요. 흐흐. 저야 좋죠.”
늘 그렇듯 한 번 빠지면 두문불출을 한 채로 이삼일을 몰두하는 제니퍼였기에 그 시간은 파이도 자유 시간이라 반기며 말했다.
“흠.. 그게 아니라 ...”
그게 아니라며 헛기침을 한 번 한 알버트의 말에,
“... 네에? 결혼이요? 아가씨가요?”
깜짝 놀라 고함을 치고 말았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이야긴 아닌 것 같은데.. 아가씨 나이가 이제 곧 스물을 앞 둔 상태야. 이미 늦은.. 은 아니고 적령기라네. 흠흠”
사실 귀족가의 영애라면 이미 십대 초반에 정혼 상대가 정해지는 것이 일반이고, 16살쯤 해서 혼인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알펜 남작령’의 지역 특성상 귀족 간 교로가 어렵기도 했고, 워낙 왈가닥에 영지를 위해 한 몸을 바쳐 불사르는 제니퍼는 곧 스무 살이 되면서도 결혼에 뜻을 두지 않고 있었다.
“아아. 그건 맞는데, 아가씨를 생각하면 상상이 안 가서요. 하핫. 그래서 상대는 누굽니까?”
“베르너 다룬 라엘 전하시라네.”
“... 다룬 라엘? 어?”
“그래. 우리 라엘 왕국의 2왕자 전하시네.”
“네에에!!”
생각치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파이는 깜짝 놀라 고함을 치고 말았다.
알버트도 그런 파이의 반응을 이해하기에 잠시 정신이 돌아올 시간을 줬고,
“뭐 하러 2왕자가 이런 시골까지...”
“말 조심하게. 자네가 우리 왕국민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우리 가문의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아! 죄송합니다. 2왕자 전하가 뭐 얻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온답니까? 제니퍼 아가씨를 본 적도 없을 테니 반해서 왔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짧은 순간 머릴 굴려 봐도 2왕자가 이런 궁벽하고 고립된 곳까지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힘을 기르기 위해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인구 유동이 잦다곤 하지만, 정착하는 인원은 그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율에 불과 했고, 세수가 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여타 잘 나가는 귀족들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글쎄 나야 잘 모르지. 아무튼 지금 아가씨께선 잔하를 맞이하고 계시니 좀 기다리게. 아니면 자네도 기사 예복을 입..”
“아아. 됐습니다. 으으. 생각만 해도... 그 꽉 끼고 이상하게 생긴 옷을 뭐가 멋있다고 입는 건지... 전 밖에 나갔다가 오겠습니다.”
“흠흠. 아가씨 옆에 있으려면 익숙해져야 할 건데... 알았네.”
난데없이 2왕자의 등장에 머리가 어지러워진 파이는 바람이나 쐴 겸 밖으로 나갔고,
-까깍
-구구. 구.
밖에서 놀던 까치와 두바가 날아와 양 어깨에 내려앉았다.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닝하러 갈래?_47 (0) | 2023.08.27 |
---|---|
태닝하러 갈래?_46 (0) | 2023.08.26 |
태닝하러 갈래?_44 (1) | 2023.08.24 |
태닝하러 갈래?_44 (0) | 2023.08.23 |
태닝하러 갈래?_43 (2) | 2023.08.22 |